브랜드는 많은데 성장은 더딘 이유는? 구조적 한계 분석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티커: KHC)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식품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케첩의 대명사 ‘하인즈(Heinz)’, 미국식 샌드위치 치즈의 대표격인 ‘크래프트(Kraft)’, 그리고 벨비타, 필라델피아, 오레이다, 클래식 등 수십 개에 이르는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막강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 수년간 성장 둔화와 주가 정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이 과거의 식생활 트렌드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핵심 매출은 여전히 고열량, 고탄수화물 중심의 전통적인 가공식품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때는 미국 내에서 ‘국민 식품’으로 사랑받았지만, 건강·웰빙 트렌드가 주류가 된 현재에는 오히려 소비자 선호에서 멀어지고 있는 제품군입니다. 저당, 저염, 고단백 식단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는 둔화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인지도는 높지만 ‘낡은 이미지’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둘째는 M&A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2015년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합병은 버크셔 해서웨이와 3G 캐피탈의 합작 프로젝트로, 당시 대규모 시너지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강화가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비용 절감은 R&D와 마케팅 투자 부족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혁신 부재와 브랜드 활력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매력적인 브랜드는 없다’는 시장의 평가가 따라붙은 배경입니다. 셋째는 성장 동력의 지리적 편중입니다. KHC의 매출 중 절반 이상은 북미에서 발생하며, 유럽과 신흥국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이는 미국 내 인구 성장률 정체와 식품 소비 패턴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유럽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도 까다로운 편이며, 아시아와 남미에서는 아직 강력한 현지 브랜드에 비해 후발 주자입니다. 글로벌 확장 전략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개되고 있는 점이 성장을 제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넷째는 고질적인 브랜드 중복과 포트폴리오 최적화의 지연입니다. KHC는 유사한 카테고리 내에서 기능이 겹치는 브랜드가 많고, 브랜드 간 시너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마케팅 자원의 비효율적 분산과 소비자 혼란으로 이어지며, 브랜드별 성과 집중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리셋과 브랜드 구조 재정비가 시급하지만, 내부 조직 문화와 전략적 보수성이 이를 늦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기대와 기업 체력 간의 괴리도 문제입니다. KHC는 과거 고배당 안정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기대에 못 미쳤고, 배당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아직까지는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만한 신제품 혹은 신시장이 명확히 부상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크래프트 하인즈의 구조적 한계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사업 모델의 전환 지연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소비자의 취향은 이미 미래로 가고 있는데, 기업의 전략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순이 KHC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많지만, 방향성 있는 성장 전략이 없다면, 이들은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KHC가 다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브랜드 수가 아니라 브랜드의 현대적 가치와 기능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냉장고 속 혁신: 크래프트 하인즈의 ‘건강한 가공식품’ 전략
한때 '정크푸드'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가공식품은 이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와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식품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품 라인을 ‘건강한 방향’으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KHC) 역시 이러한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냉장고 속 혁신’을 본격화하며, 건강한 가공식품 시장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전략은 단순히 기존 제품에 '저염', '저당' 등의 수식어를 붙이는 수준을 넘어서, 신소재, 식물성 단백질, 기능성 식품 등 미래 식품 기술과 소비자 데이터를 결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3년에는 ‘노-설탕(No Sugar Added) 케첩’, 식물성 기반 치즈 및 단백질 쉐이크 등 기존 주력 제품군에 건강 콘셉트를 입힌 신제품들을 다수 출시했습니다. 이는 단지 이미지 개선용이 아니라, 실제로 건강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층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KHC는 글로벌 영양 과학자를 채용하여 영양 관련 과학 및 기술 개발을 하여 식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이 부서는 식물성 원료의 영양 밸런스를 조절하거나, 나트륨과 설탕을 줄이면서도 맛과 질감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3~5년 단위의 장기 제품 혁신 로드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단기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건강 가공식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또한 소비자 맞춤형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사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선호도를 분석해 제품을 리포지셔닝 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는 지역별로 나트륨 함량이나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차별화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하이퍼 로컬 전략은 특히 건강식품에 민감한 유럽, 북미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건강한 가공식품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하인즈, 오레이다, 벨비타 등 기존의 ‘레거시 브랜드’들은 한동안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리뉴얼을 통해 젊고 친환경적인 패키징, 영양 성분 투명성 강조, 지속가능한 포장재 도입 등으로 다시 소비자 접점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인즈 케첩은 유럽 일부 지역에서 ‘100% 식물성 뚜껑’을 도입하며 ESG 관점에서도 긍정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전략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소비자층은 여전히 ‘가공식품은 본질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천연 식품 브랜드나 오가닉 시장과 비교할 때 KHC의 변화는 느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더불어 가격대 역시 프리미엄 건강식품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제품력과 가격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크래프트 하인즈는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에 맞춰 ‘건강한 가공식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려는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식문화와 건강 트렌드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냉장고 속 익숙한 브랜드가 낡은 기억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으로 인식되기 위해, KHC의 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버핏의 애정 기업? 버크셔 해서웨이의 관계 재조명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티커: KHC)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오랜 기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기업입니다. 투자계의 거장 버핏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소비재 기업에 꾸준히 애정을 보여 왔으며, 특히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 철학에 따라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한 지분 참여와 경영 간섭까지도 감수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관계는 단순한 ‘애정’으로 설명되기에는 복합적이며, 이제는 그 실효성과 향후 전망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크래프트 하인즈와 버크셔의 본격적인 인연은 2013년 하인즈 인수에서 시작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브라질 사모펀드 3G 캐피탈과 손잡고 230억 달러 규모의 인수에 참여했고, 이후 2015년에는 하인즈와 크래프트의 합병을 통해 현재의 ‘Kraft Heinz Company’를 출범시켰습니다. 당시 이 인수합병은 식품업계 최대 규모 중 하나였으며, 버핏은 “두 개의 미국 아이콘이 하나로 합쳐졌다”라고 극찬했습니다. 3G 캐피탈의 비용절감식 경영 방식과 버크셔의 장기 보유 전략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R&D 투자 축소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끌어올렸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혁신력과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154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브랜드 손상차손을 계상하며 시장의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버크셔의 분기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KHC는 정말 장기 보유에 적합한 우량기업인가?'라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크래프트 하인즈 지분 약 26.5%를 현재까지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버크셔의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입니다. 버핏은 2020년 주주총회에서 KHC에 대해 “우리가 큰 실수를 한 건 아니다. 단지 기대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강력한 브랜드, 안정적인 배당, 견고한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캐시플로우 측면에서 유효한 보유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편, 크래프트 하인즈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질 개선에 나서며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식품, 저염·저당 제품 개발, 디지털 공급망 개선 등을 통해 과거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버크셔 입장에서는 이러한 회복 시도가 결국 가치주 투자자들의 인내심에 보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단기 성과보다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접근, 단기 시장 반응보다 장기 관점에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평가하는 태도는 버핏이 KHC를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크래프트 하인즈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관계는 단순한 투자자-피투자자 관계를 넘어선 ‘철학적 동맹’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KHC가 버핏의 신뢰를 넘어 시장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브랜드 혁신, 글로벌 확장, 수익성 회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향후 이 관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